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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나?”

   “괜찮아요!”

 아천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급하게 다가온 설양이 그들 사이를 갈라놓은 벽을 확인해 보았다. 암순응이 덜 된 시야로 정체불명의 희끗희끗한 천 같은 것이 길을 막고 있었다.

   “젠장, 안 끊어져!”

 

 설양이 강재를 뽑아 내리쳤지만 소용없었다. 오히려 그것은 찐득하게 검날을 타고 달라붙었다. 설양은 손발을 모두 동원해 강재를 도로 떼어냈다.

 

   “먼저 호수 쪽으로 내려가겠네. 아천을 잘 보고 있어.”

 벽 너머에서 효성진이 말했다.

 

   “뭐? 거기 있어. 도장님, 어딜……!”

 

 설양이 벽을 있는 힘껏 걷어찼지만, 이미 벽 너머의 인기척은 완전히 사라진 뒤였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앞을 가로막은 천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끈적끈적하고 달빛에 비쳐 희끄무리하게 빛나는 것, 약해 보이지만 몇백 몇천 가닥을 묶어 절대 끊어질 수 없게 만들어 놓은 것…….

 

 거미줄이었다.

그러니까 여긴 거미 놈의 소굴이라 이거지. 우린 딱 맞게 거미줄 안으로 들어온 사냥감이고.

설양은 짜증스럽게 제 머리를 벅벅 긁었다. 내버려둬도 효성진은 유유자적 돌아올 것이다. 다친 곳을 대충 묶어 등 뒤로 감추고, 흙과 피가 엉겨붙은 흰 옷자락을 끌면서. 제 몸뚱아리 다쳐 온 것보다 그걸 보고 걱정할 아천의 한 마디를 더 두려워하는 것처럼 머쓱하게 웃어 보일 것이다. 의성에 있을 무렵부터 수도 없이 본 모습이었다.

 짜증나네.

 설양은 제 등 뒤에 바짝 붙어 서 있는 아천을 흘긋 돌아봤다. 꼬맹이 놈은 알 바 아니었다. 두고 오겠다는 걸 굳이 제 발로 따라온 셈이니까. 그렇게 생각해 놓고도 설양은 선뜻 내키지 않아, 강재를 도로 검집에 넣고 등 뒤로 떠밀었다.

   “어, 어디 가?”

 

 얼떨결에 검을 받아든 아천이 물었다.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겁을 먹었는지 간대를 잡은 손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어떻게 쓰는 건지 모르면 그냥 휘둘러, 그놈 똑똑하니까.”

 

 뜬금없는 대답을 돌려주고 설양은 가까운 수풀로 뛰어들었다. 어디까지 정체불명의 거미줄로 막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산을 칭칭 동여맨 게 아닌 이상 대충 돌아가면 호숫가로 통할 것이다. 설양은 남을 걱정하는 법은 잘 몰랐지만, 최소한 몸이 시키는 직감대로 따르는 법만은 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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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GM LIST -

[ MAIN ]

00:00 / 02:15

[ 2ftt ]

[ 멍개 ]

​[ 시레 ]

[ 하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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