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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그림자에 앉아서.png

· 여섯번째연잎(@liulianye)

CP :: 설양성진 요소 有

   “설양, 그대도 들어와.”
   “싫어.”

 설양은 눈 위로 손 그늘을 만들며 바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효성진이 설양과 대화하느라 물 아래에서 꼬리를 세차게 휘젓고 있는 탓에 바위 주변으로 밀려오는 파도는 산산이 흩어지는 물결이 되었다. 실수로 한대 얻어맞으면 바다 밑바닥까지 떨어질 것 같은 힘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바닷속을 헤집어놓다니 인어가 대단하긴 해, 하고 설양은 효성진이 뻗어오는 손을 차갑게 내려다보며 다시 거절했다.

   “네가 그래도 안 들어가. 난 바다 싫어해.”
   “왜??”

 효성진이 무척 이상한 표정으로 물었다. 마치 설양이 ‘난 공기를 싫어해’ 같은 말이라도 했다는 투로,

   “그렇지만 우린 바다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건 빠졌던 거고.”

 설양은 생각하기도 싫은 기억에 인상을 찌푸렸다. 효성진도 덩달아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손 그늘을 만들어 설양을 올려다본다. 정말 안 들어와? 정말 안 들어가. 효성진은 몇 번 더 조르다가, 설양이 절대 들어오지 않을 거 란걸 깨닫고 약간 침울해졌다. 

   “그럼 먼저 가버리면 안 돼.”
   “참 나, 따지자면 지금 네 앞마당쯤에 있는 거 아니야? 왜 내가 버리고 가는 것처럼 구는 거야.”
   “그대가 매일 집에 가, 라고 하니까. 내가 다시 돌아올 거 라고 말해주는 거야.”

 효성진은 가장 걱정하던 속내를 슬쩍 내비쳤지만 설양은 쉽게 그러마, 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설양은 이참에 효성진을 바다로 돌려보낼 생각이었다. 바다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게 눈에 보였는데. 설양은 이제 바위에 반쯤 매달린 효성진을 내려다본다.


 수면 위로 반사되는 여름 볕이 눈부시게 반짝거리며 일렁였다. 설양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후론 효성진도 제법 지상의 빛에 익숙해졌지만, 처음 겪는 여름은 눈이 시리도록 뜨거운 빛이었다. 그사이에 따가운 여름 햇살에 눈도 제대로 못 뜨는, 심해의 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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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GM LIST -

[ MAIN ]

00:00 / 02:15

[ 2ftt ]

[ 멍개 ]

​[ 시레 ]

[ 하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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