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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 양심없게 챙겨주는 척 하면서 내 닭다리를 훔치려는 속셈은 아니겠지?"

    "…내가 그렇게 양심없는 놈은 아니거든?"

 

 맞다, 양심없는놈. 설양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효성진과 제 그릇에 놔두었던 닭다리를 다시금 아천의 그릇에 올려두었다. 장님주제에 촉 하나는 기막히게 좋네. 설양은 가볍게 혀를차며 어느새 분해된 닭이 담긴 그릇을 아천의 앞에 내려놓았다. 설양의 중얼거림을 듣던 효성진은 슬며시 입가에 미소를 띠며 젓가락을 들어 올렸다. 설양의 장난을 눈치챘으나 조용히 넘어가 주기로 마음먹었다. 열기를 따라 스멀스멀 올라오는 담백한 냄새에 침을 삼키며 살점을 뜯어 조심스레 입안으로 집어삼켰다. 아천도 효성진을 따라 닭고기를 크게 한 입 삼켰고, 둘이 먹는 모습을 지켜보던 설양도 자신의 것을 입에 넣었다.

 

   "누가 만든 건지, 진짜 이 정도면 장사해도 되지 않겠냐?"

   "웃기는 소리- 닭을 오리라고 속이는 사람한테 누가 음식을 사가?"

   "…하하, 내년에는 진짜 오리로 사 올 테니 다들 싸우지 말게."

 

 효성진의 말에 아천과 설양은 서로 콧방귀를 뀌며 자신의 몫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싸우던 것을 멈추고 조용히 음식을 해치우는 이들의 모습에 효성진은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이지, 여름의 보양식이 아니어도 혈기가 넘치는 자들은 아마 이 둘 밖에 없을 거라며 속으로 생각했다. 끈적한 열기 속 실낱같은 바람 한 점이 부드럽게 불어와 효성진의 머리를 흩트렸다.

 

 

     완벽한 여름의 시작이었다.

_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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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GM LIST -

[ MAIN ]

00:00 / 02:15

[ 2ftt ]

[ 멍개 ]

​[ 시레 ]

[ 하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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