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 진(@Gi_in_50)
CP :: 설양성진 요소 有
"…더워, 더워- 더워!"
짜증이 섞인 설양의 목소리가 후덥지근한 공기를 타고 끈적하게 녹아내렸다. 한 여름의 무더위 속에 내놓아진 털짐승마냥 무기력하게 늘어진 설양의 볼멘소리에, 항상 딴지를 걸던 아천 마저도 동감이라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도장님, 안 더우세요? 완전 쪄 죽을 거 같은데.."
아천은 효성진이 시야에 들어오게끔 살짝 고개를 돌렸다. 눈동자로 비치는 효성진도 날씨가 더운 것인지 평소보다 천이 얇아 안이 비치는 흰 옷을 입은 채 열기에 얼굴을 붉힌 상태였다. 아천은 엄한 생각이 들까 싶어 속으로 염불을 외우며 아무렇지 않은 척 반대편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웬걸, 이쪽이 더 심했다. 온통 장님뿐이라 생각한 설양은 제 윗도리를 감자와 팔아먹은 것인지 맨 살을 드러내어 누워있는 것이 아닌가? 단단한 가슴 아래로 선명히 제 존재를 드러내는 王자 모양의 복근이 참으로 신기하여 아는 체를 하고 싶었지만, 아천은 자신의 두 손을 연거푸 살랑이며 애써 달아오른 열기를 식히려 애를 썼다.
"이번 여름은 초입부터 이리도 더우니... 보양식이라도 먹어야 버틸 듯하네."
"보양식이요? 저는 오리고기 먹고 싶어요 도장님!"
보양식이라는 말에 아천은 두 눈을 반짝거리며 주먹을 꽉 쥐었다. 더위도 잊은 채 오랜만에 포식할 생각에 들뜬 것인지 폴짝거리며 뛰는 모습이 마치 닭다리를 선물 받은 강아지의 모양새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설양은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 그러고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효성진을 쳐다보았다.
"근데 오리 살 돈은 있고?"
"……음. 역시 무리겠지."
"오리는 힘들어도 닭은 가능할 것 같은데. 장 보러 갈 때 같이 사 올까?"
예로부터 사람들은 꿩 대신 닭이라고 했다. 오리를 살 돈이 없다면 그보다 값싼 닭을 쓰면 되는 것을. 효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탁한다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비록 아천이 원하는 오리는 아니었지만 깃털을 벗기고 푹 고아 삶으면 오리인지 닭인지 구별도 못할뿐더러 우리 같은 장님이 어떻게 알겠는가?
01
- BGM LIST -
[ MAIN ]
[ 2ftt ]
[ 멍개 ]
[ 시레 ]
[ 하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