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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진. 그가 불렀다. 제 품에 안겨 있던 이가 고개를 제 쪽으로 돌렸다. 송자침은 다른 손으로 성진의 손을 당겨 손바닥을 펼치고, 그 위에 한 손가락으로 천천히 글자를 그려 나갔다. 효성진의 호기심 가득한 눈빛이 그의 손가락을 좇았다.
짧은 문장을 읽은 효성진은 한동안 말이 없다, 머지않아 긴 속눈썹이 여름 바람에 파르르 떨리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꽃봉오리가 꽃잎을 펼치는 찰나의 수줍은 순간을 훔쳐본 양 심장이 아려왔다. 송자침은 엄지로 그 뺨에 흐른 이슬을 훔쳐내었다.
“자침, 나는...” 성진이 무어라 말하려다가, 이내 다시 입을 다물고 눈물젖은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새벽 산들바람처럼 부드러운 손길이 송람의 얼굴을 외우려는 듯 쓸다가 스윽, 그의 눈을 덮었다.
“이제 편히 자.” 그가 아득히 먼 곳에서 속삭였다.
송람은 눈을 떴다. 등 뒤가 딱딱했다. 나무가 그를 받쳐주고 있었다.
그가 멍하니 제 주위를 응시했다. 산속은 고요했다. 밝은 달빛이 솜이불마냥 땅을 덮은, 발자국 하나 없는 눈에 닿아 이내 부서졌다. 동풍이 여느 나무의 손끝에 매달려 있던 마른 잎을 그의 무릎으로 후 불어주었다. 한겨울이었다.
송람은 얼어버린 듯 뻣뻣한 팔을 들어 자신 위에 무심하게 내려앉은 눈을 털어내었다.
차갑게 미소짓는 보름달 아래, 그는 말없이 다시 길을 나섰다.
_End.
04
- BGM LIST -
[ MAIN ]
00:00 / 02:15
[ 2ftt ]
[ 멍개 ]
[ 시레 ]
[ 하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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