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 멍개(@mungdog__)
근래 풍문에 떠도는 세 명의 은둔 고수가 있다.
그중 한 사람은 흑단같이 검고 긴 머리카락을 제외하고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희어 백의도장이라 불렸다. 그는 말씨가 공손하고 손짓 하나하나에 품위가 넘쳤다. 반면 다른 남자는 행동거지가 거칠고 검을 쓰는 데 거리낌이 없는 자였는데, 늘 검은 면사로 얼굴 절반을 가린 채 백의도장의 뒤에서 사나운 눈매를 번득였다. 마지막으로 앞을 못 보는 여자아이가 하나 있었다. 벙어리 하나에 장님 둘이라, 뭇 사람들이 보기에 아주 기묘한 조합이라 할 수 있었다.
하기야 난세에는 이토록 기구한 삼인조가 낯선 일은 아니었다. 뭐든 모자란 것이 있을수록 서로 더 기대게 된다고 하지 않은가. 오히려 이들을 돋보이게 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들은 이곳저곳 발 가는 대로 떠돌아다니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신출귀몰하는 것도 모자라, 대가도 받지 않고 그 지역의 골칫거리를 싹 처리해 주었다.
그러니 선문과의 연줄은커녕 스스로를 지킬 힘조차 없는 사람들은 이렇게 발 달린 소문을 곱씹으며 애타게 그들을 기다리곤 했다.
“그 은사님들을 최근 절강성 근처에서 봤다는 얘기가 있단 말야.”
객잔에 앉아 하루종일 사람들의 입담을 주워모으는 이야기꾼이 말했다.
“구주로 향하고 있는 거겠지?”
“암만, 요즘 들어 그쪽은 곡소리 때문에 웬만한 장사꾼들도 얼씬도 안 해.”
“그러게, 괜히 들어갔다가 미쳐서 나오면 어떡해? 객지에서 시체도 못 찾게 죽으면 원귀나 되어 떠도는 게지.”
반주를 기울이던 사람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얹었다. 그들 가운데로 점소이가 분주하게 요리를 날랐다. 요리를 내려놓고 돌아선 점소이는 문득 구석자리에 말없이 앉아 빈 술잔을 쓰다듬는 사람을 발견했다. 그 남자는 꼭 장례를 치르는 것처럼 온통 검은 옷을 두르고 있었다. 점소이가 말을 걸었다.
“술을 조금 더 가져다드릴까요?”
“아니오.”
그 사람의 낯빛은 유달리 어두워 보였다. 점소이는 예의상 웃으며 돌아섰다. 그 때 등 뒤에서 남자가 물었다.
“혹시 저 사람들이 방금 하는 얘기, 좀 더 자세히 들을 수 있겠소?”
“구주로 간다는 고수님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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