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나저나 그럼 성벽 근처에 뿔 달린 놈은 어떻게 된 거지?”
“아마 아주 관계가 없진 않을 걸세. 그 독이 사람을 조종하는 데 쓰인다고 했으니까……. 맞다, 상처는 괜찮은가?”
설양은 제 왼손을 쳐다봤다. 물에 빠지는 통에 대충 동여맨 천마저 다 풀려 버린 뒤였다. 감각은 서서히 돌아오고 있었지만 상흔은 남아 있었다. 아물지 않은 상처 위에 또 다른 상처가 겹쳐져 본래 흉터로 지저분한 손이었다. 그러니 긁힌 자국 하나쯤 더해진들 달라질 건 없었다.
“글쎄, 여기 오면서 아무 느낌 없었는데. 아마 어제 바로 독을 뽑아서…….”
거기까지 말하고 설양은 입을 다물었다. 쓸데없는 생각이 같이 떠올라 귀끝이 홧홧했다. 다행히 효성진은 요괴 이야기에 골몰하느라 대꾸가 없었다. 설양이 급히 화제를 돌렸다.
“뿔 달린 요괴의 본신이 저 거미 놈인가?”
“그건 아닐세. 독을 쓸 수 있다면 굳이 이렇게 번거로운 방법을 사용할 이유가 없어. 아마 둘은 서로 상부상조하는 사이일 거야. 종루에 있는 각요는 거미줄까지 살아있는 인간을 유인하고, 그 럼 거미는 각요에게 무얼 제공하는 거지?”
설양이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정기를 빨아먹고 나서 익사한 시신?”
“그럼…….”
“……그놈도 와 있겠군.”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 사람은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긴 그림자가 날래게 몸을 뻗어 날아들었다. 설양은 또다시 허리춤을 더듬었지만 여전히 검집의 빈자리를 헛짚을 뿐이었다. 젠장! 이제 무능한 역할은 그만! 설양은 급한 대로 몸을 옆으로 굴렸다.
“이야압!”
동시에 높고 힘찬 기합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거대한 각요가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그것은 뭔가 눈에 들어간 것처럼 거친 손으로 눈을 비볐다.
흙?
설양이 곧바로 발을 날렸고, 효성진은 그것이 기우뚱하는 순간 때를 노려 상화로 가슴을 꿰뚫었다. 장신의 각요가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엎어졌다. 놀랍게도 그 뒤통수에는 날카롭게 깎인 대나무가 꽂혀 있었다.
“으아아, 아파라…….”
바로 너머에 아천이 넘어진 채 무릎을 비비고 있었다. 효성진이 얼른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지만, 아천은 누구의 도움 없이도 가볍게 몸을 일으켰다. 아천은 효성진을 안심시킨 뒤 설양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거 없어도 난 충분하거든?”
아천이 내민 것은 한 번도 검집에서 뽑은 흔적이 없는 강재였다. 아천은 혼자 숲을 헤매고 여기까지 오느라 꾀죄죄해진 몰골로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그걸 보고 있노라니 설양의 얼굴에도 피식 헛웃음이 터졌다.
“우리 다 이렇게 젖었으니까 오늘은 자고 가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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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GM LIST -
[ MAIN ]
[ 2ftt ]
[ 멍개 ]
[ 시레 ]
[ 하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