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양은 효성진을 쳐다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어젯밤 대충 개켜 둔 이불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무튼 오늘 저녁 구룡호에 간다.”
그 때 효성진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설양의 시선을 느꼈는지 그가 부드럽게 변명했다.
“아니, 이렇게 적극적인 모습은 처음이라. 그대는 지금까지 그리 야렵을 즐기진 않았잖나.”
“그야 뭐. 귀찮잖아.”
머쓱해진 설양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대꾸했다. 그러나 다음에 돌아온 대답은 설양으로서도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기뻐서 그러네. 억지로 끌고 다니는 게 아닌지 걱정했거든.”
기뻐? 뭐가? 걱정? 무슨 걱정? 효성진이 말한 모든 단어 한 음절 음절이 이상하게 떨어져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 한참 동안 대꾸하지 못해 뻣뻣하게 굳어 있던 설양이 별안간 성질을 냈다.
“아, 시끄러! 이거 빨리 해결 못 하면 나 먼저 가라고 할까봐 그런다.”
설양은 뒤로 벌렁 드러누웠다. 불퉁한 대답에 아천이 뒤에서 뭐라뭐라 타박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귀를 닫아 버렸다. 어쩐지 효성진의 웃음소리가 귓전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날 밤 세 사람이 구룡호에 도착한 시각은 술시를 조금 넘을 무렵이었다. 그러나 호수는 잔잔하기만 하고, 바람 한 점 없는 여름밤은 적당히 눅눅하고 적당히 선선했다. 간간이 밤벌레 우는 소리가 들리자, 야렵이 아닌 산보를 나온 것처럼 평화롭기까지 했다. 효성진과 발맞춰 걷던 아천이 팔을 쭉 펴고 기지개를 켰다.
“졸리면 먼저 들어가서 자겠나?”
“아니에요. 안 졸려요.”
효성진의 물음에 졸음이 덕지덕지 묻은 하품을 감추며 아천이 대답했다.
“혼자 있는 게 더 무섭기도 하구요.”
“걱정되어서 하는 소리네.”
맨 뒤에서 조금 거리를 두고 따라 걷던 설양이 속으로 생각했다. 저 인간은 남 걱정이 일인가.
“에이, 별 일 없는데요 뭐!”
아천이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에서 이런 말은 곧 문제를 일으키곤 했다. 이 한 마디가 떨어진 지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바람 한 점 불지도 않았는데 별안간 등불이 훅 꺼졌다.
갑자기 모든 소리가 사라진 것처럼 사위가 고요했다. 어깨 위로 캄캄하게 내려앉은 침묵 속에서 효성진이 경고했다.
“조심해.”
효성진은 한 팔을 뻗어 가까이에 있던 아천을 뒤로 물러서게 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어느 틈에 다가왔는지 지척에서 쉿쉿거리는 소리가 났다. 거대한 뱀이 귓가에 입을 쩍 벌리고 있는 것 같았다. 반사적으로 등골을 타고 소름이 돋아오를 만큼 오싹했다. 동시에 뭔가 강한 충격이 두 사람 사이로 강하게 내리찍혔다. 순식간에 아천은 효성진으로부터 떨어져 쿵 소리와 함께 뒤로 나동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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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GM LIST -
[ MAIN ]
[ 2ftt ]
[ 멍개 ]
[ 시레 ]
[ 하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