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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근방에 혹시 흰 옷을 입은 도인이 오지 않았습니까?”

   “글쎄, 기억이 안 나네. 그나저나 이 부적 사실 텐가?”

 급히 등부터 돌리고 본 다음 설양은 곰곰히 생각했다. 저 목소리며 뒷모습은 멀리서 봐도 단 한 사람이었다……. 백설각 놈팽이.

 설양은 자신이 얼굴을 가리고 있다는 것도 잊고 일단 가까운 건물 뒤로 몸을 숨겼다. 주변이 시끄러워 숨을 죽여야 간신히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다. 다행히 상인은 물건을 사지 않으면 대답해줄 마음이 없는 모양이었다.

   “죄송하지만 제가 지금은 가진 돈이 없습니다.”

   “에이, 재수없게! 그럼 딴 데 가서 물어!”

 상인이 반쯤 욕을 하고 돌아섰지만 송람은 공손하게 포권을 한 뒤 걸음을 옮겼다. 얼굴을 제대로 확인한 설양은 숨을 훅 삼켰다. 저저저놈이 왜 여기 있는데?!

 

 “아, 배부르다. 여기 계속 있었으면 좋겠어!”

 바닥을 뒹굴며 아천이 말했다. 창문을 열어 둔 탓에 방 안에는 미풍이 들어 적당히 시원했다. 한구석에 가만히 앉아 좌선을 하던 효성진은 참지 못하고 입가를 가리며 부드럽게 웃었다.

 

   “그리 좋을 만도 하지. 계속 돌아다니는 것도 고되지 않나. 한 곳에 머무르고 싶으면 그래도

   괜찮네.”

   “아니요! 전 도장님 따라서 돌아다니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효성진의 말에 아천이 벌떡 일어나 손사래를 쳤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오랜만에 널찍한 방에서 쉬고 있으려니 되려 몸이 근질근질해졌다. 역마살이 끼었는지 천상 떠돌이 신세로 살 모양이었다. 그래도 믿음직한 도장님의 곁이라면 마냥 좋았다. 도장님과 함께하는 모험이 얼마나 좋은지, 계속 산새처럼 떠들어 대던 아천의 평화를 깬 것은 갑작스레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온 설양이었다.

   “내일 당장 떠난다.”

 설양의 갑작스런 선언에 아천이 짜증을 부렸다.

   

   “뭐야, 왜 그렇게 서둘러?”

   “이거 안 보이냐? 아, 안 보이지. 넌 모르겠지만 아파 뒤지겠거든?”

 핏자국이 얼룩덜룩한 천으로 칭칭 감아 놓은 왼손을 흔들며 설양이 말했다. 그 목소리에 묻어나는 조급함을 전혀 다른 것으로 이해한 효성진이 물었다.

 

   “상처가 악화되었나? 어디 한 번 내보게.”

   “……아.”

 효성진은 곧바로 몸을 일으켜 설양의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나 설양은 불에라도 덴 사람처럼 손을 움츠렸다. 어색하게 허공을 붙잡은 손에서 시선을 돌리며 설양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만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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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GM LIST -

[ MAIN ]

00:00 / 02:15

[ 2ftt ]

[ 멍개 ]

​[ 시레 ]

[ 하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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