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구어진 바위에는 바닷물을 적셔 손을 얹고, 그림자를 배워서 빛 사이에 가려진 설양을 보려고 애쓰는, 분명 바다에선 아무 쓸모 없는 것을 알게 된 인어가
“올 때까지 기다려줄 거지?”
하고 여전히 설양이 먼저 돌아가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주길 기다리고 있어서, 약속의 말을 끝까지 기다리는 효성진이 있어서, 설양은 대답할 것처럼 입을 벌렸다가, 그대로 한숨 쉬었다가. 결국 원하는 대답을 돌려주었다.
“기다릴 테니까 얼른 가.”
“고마워!”
“빨리 와, 한 번만 돌고 와.”
“응, 그럴게. 한 번만 돌고 올게.”
약속을 받아낸 효성진은 설양이 대충 쫓아 보내는 손짓을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즐거운 기색으로 바다 아래로 사라졌다. 여태 파도를 막을 정도로 거센 물결을 만들어내던 지느러미는 수면 아래로 사라질 때는 마치 물에 녹아 없어지는 것처럼 매끄러운 움직임이었다. 잔잔해진 바다를 내려다보며 설양은 현기증과 닮은 아찔함으로 눈 위로 손바닥을 덮었다. 어쩌면 진짜 현기증일 수도 있다. 열사병의 예고 같은 거지.
인어가 떠난 자리에 파도가 기다렸다는 듯 쏴 몰려와 있는 힘껏 바위에 부딪히고 조각났다. 유리구슬 같은 물방울이 여름 햇살 사이로 흩어진다. 설양은 팔을 들어 얼굴 앞을 가렸지만 날리는 물방울을 막을 수는 없었다. 순식간에 소금기만 남기고 말라붙는 바다의 조각을 짜증스럽게 털어낸 설양은 파도 뒤에 올 것을 기다렸다. 파도처럼 소리 없이 밀려들어, 방심한 사이에 솟구쳐올라, 수면 위로 수백만의 반짝이는 조각을 만들어 낼……
……왜 안 오지?
*
효성진이 돌아온 건 노을 끝에 첫 별이 뜰 무렵이었다. 설양은 집 앞 계단에 앉아서 효성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맹세코 그 바위 위에서 기다리겠다는 약속을 어길 생각이 아니었지만, 차오르는 밀물을 당해낼 재간은 없었다. 그럴거였으면 바다 아래로 따라갔겠지.
“그래도 기다리기로 했잖아.”
02
- BGM LI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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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ftt ]
[ 멍개 ]
[ 시레 ]
[ 하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