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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장님 정말 너무해요. 어떻게 이제야 돌아오세요! 제가 얼마나 멀리까지 헤엄쳐 다녔는지

    아세요?”

 익숙한 영역에 접어들자 효성진은 곧 산호초 사이에서 튀어나온 밋밋한 색의 작은 물고기와 마주쳤다. 작은 몸집이지만 재빠르게 움직이고, 몸통에는 초록빛 비늘이 한 줄 들어가서 제법 귀여운 물고기는 태생적으로 제 몸을 숨기는 법도 포식자를 피하는 법도 잘 아는 종이었다.

   “너보다 영리한 상어가 있을 리가 없지. 누가 널 당해내겠니? 내가 걱정할 게 없는걸.”
   “그래도 전 이렇게 작고 약한데, 상어가 아니더라도 큰 물고기한테 한 입이면 끝이라구요.”

 물론 효성진은 이 작고 영리하고 때론 영악한 꼬마 물고기가 그저 어리광을 부리며 멋대로 말하고 있는걸 알았다. 그래도 효성진은 평소보다도 더 다정한 목소리로 작은 물고기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위험한 일이 있던 건 아니지?”
   “당연하죠.”
   “위험한 일을 한 건 아니지?”
   “그야 물론…… 아니죠.”

 아천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아천은 뭐든 잘 해낼 자신이 있었지만, 효성진에게 거짓말을 하는 건 자신이 없는 걸 넘어서 내키지 않았고,

   “그보단 도장님, 여태 그 인간이랑 계셨어요?”
   “그랬지. 바다 위는 새로운 게 많더구나. 언젠가 같이 보러 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전 물 위는 싫어요.”

 계획대로, 효성진의 관심을 다른 이야기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그렇지만 지상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효성진을 보며 아천은 어쩐지 뾰로통한 기분이 들었다. 효성진이 그 검은 머리 소년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면 늘 그랬다.

 효성진은 이전부터 종종 지상에서 본 해와 달과 별을 말하고, 흙과 나무와 새를 말하고, 사람을 말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았다. 언젠가 효성진이 물 안에서 물 밖으로 꺼내준 소년은, 이번에는 효성진을 물 안에서 물 밖으로 꺼내갔다. 마치 바다 아래로 전해내려오는 오랜 옛이야기처럼. 아천은 참지 못하고 도발적으로 질문했다.

   “그렇지만 도장님, 그는 인간인데요. 어떻게 그 사람이 당신의 운명이라고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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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GM LIST -

[ MAIN ]

00:00 / 02:15

[ 2ftt ]

[ 멍개 ]

​[ 시레 ]

[ 하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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