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쎄, 내가 아는 건 그게 다야. 다음은 네가 더 생각해보던가.”
“내 생각엔.”
효성진은 말끝을 끌며 망설였다. 아마 그 사람을 떠나고 싶지 않아서. 떠나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해서. 남겨두고 온 것을 가끔 까먹을 정도로 곁에 있는 게 좋아서, 기뻐서, 그리고 불안해서.
“내 생각엔, 그 사람을 구해주고 싶었을 거 같아. 바다에 빠져도 괜찮도록 옆에 있어 주고
싶었을 것 같아.”
“그냥 바다에 들어가지 말라고 하면 되잖아.”
설양이 싫은 표정을 지었지만 효성진은 꿋꿋하게 말을 이었다.
“그래서 아주 나중에 괜찮아지면 같이 바다에 들어가고 싶었을 거야. 땅 위만큼 바다도 좋아해 줬으면 했을 거야. 어디서든 같이 있을 수 있다고 알려 주고 싶었을 거야.”
효성진은 스스로 찾은 대답이 꽤 마음에 든 눈치였다. 설양은 그러냐, 하고 고개를 끄덕였을 뿐, 더 물고 늘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효성진은 이 이야기를 마음에서 내려놓을 수 없는 것처럼 계속 고민하고 질문했다.
“나중에 같이 바다에 갈 수 있었을까? 나중에는 어떻게 됐대?”
설양이 아는 건 바닷가에서 자란 애들이라면 누구나 들어본 적 있는 동화도 못 될 뱃사람의 구전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얘기는 대게, 애들이 잡아먹히거나 애들을 울리거나 하면서 끝났다. 이런 얘기는, 인간을 사랑해서 바다로 못 돌아갔다는 순진하고 마음 약한 인어 얘기는 당연히, 울리는 쪽이었다.
“그래, 같이 바다로 갔대. 그래서 이제 아무도 그 사람들을 모르는 거야.”
그렇구나, 하고 효성진이 말갛게 웃었다. 설양도 따라서 웃게 만드는 웃음이었다. 별것도 아니라고, 설양은 생각했다. 어차피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의 끝을 조금 바꾼 것뿐이다. 굳이 뱃사람들의 짓궂은 이야기를 주워섬겨서 효성진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04
- BGM LIST -
[ MAIN ]
[ 2ftt ]
[ 멍개 ]
[ 시레 ]
[ 하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