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자 효성진은 진주를 삼킨 조개처럼 입을 꾹 다물었다. 심해에서도 밤하늘처럼 까맣게 보이는 눈동자엔 설렘을 닮은 당황이 별처럼 묻어나왔다. 창백한 뺨에 인간 같은 혈색이 돌았다.
“아직, 그렇게까진 생각하지 않지만…”
아천은 어쩐지 이미 대답을 들어버린 것 같아, 누군가 아가미를 크게 베어간 것 같은 충격에 빠졌다. 아천은 아직 살아온 세월이 보잘것없는 어린 물고기지만 바다에 대해 모르는 것 빼곤 전부 알았다. 효성진을 따라다니며 보고 들어 인어에 대해서도 제법 알았다.
인어의 운명이란 당사자가 모를 수 없고 알게 되면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심장에서 심장으로 이어지는 것이 운명이다. 이 넓은 바다에서, 누구도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 바다에서만 찾을 수 있는 운명이다. 이 무수한 생명 사이에서, 유일하게 같은 심장을 나눠가진 짝을 찾을 운명이다. 하나로 합쳐진 심장이 다시 같은 속도로 달려 나갈 때, 영원히 거스를 수 없는 그 순간이 운명이다.
그런 운명이 어떻게 인간에게 닿을 수 있겠어. 아천은 제 운명을 기다리다가 사라져간 인어들을 생각했다. 어렴풋이 약속된 운명만 찾다가 결국 멸종을 눈앞에 둔 인어를 생각했다. 그래서 더 확신할 수 있었다. 심장을 연결하는 단 한 순간이, 어떻게 땅과 바다를 건널 수 있겠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그렇게 말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다시 한번 들을 수 있다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아. 분명히 알 수 있을 거야.”
효성진이 희미하게 웃었다. 희미하지만, 단단한 확신이 느껴져서 아천은 더 이상 어떤 말도 꺼낼 수 없었다. 어쩌면, 효성진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여겨질 정도였다.
_End.
06
- BGM LIST -
[ MAIN ]
[ 2ftt ]
[ 멍개 ]
[ 시레 ]
[ 하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