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장님, 뭐가 그렇게 좋아요?”
“아. 그대와 아천의 소리를 듣다 보니 옛 생각이 나서.”
“…옛, 생각이요?”
“이렇게 더운 날 바위에 앉아 계곡물에 발을 담근 적이 있다네. 그대처럼 옆에 앉은 친우와 대화도 나눴지.”
효성진은 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내는 효성진의 고개가 자신을 보자 숨을 들이켰다. 친우라는 말에 날을 세웠던 눈매를 재빨리 물러놓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이번엔 나랑 대화해요.”
사내의 말에 효성진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주려나. 효성진은 대화를 기다린 듯 들뜬 표정을 했다. 반면 사내는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효성진이 자신을 보며 이런 표정을 짓다니. 사내는 효성진의 볼에 묻은 물기를 닦아주며 다리를 앞으로 쭉 뻗었다. 여전히 개울가에 발을 담그고 흥얼거리며 걷고 있는 아천을 보다가 그가 있는 쪽을 힐끔 곁눈질했다. 효성진은 여전히 사내가 말을 꺼내길 기다렸다. 그러나 사내는 말없이 짓궂은 얼굴로 몸을 기울여 효성진의 허벅지를 베고 누웠다. 허벅지에 닿는 무게감에 놀란 효성진은 숨을 들이켰다. 당황해 고개를 숙인 효성진의 어깨 위로 흘러내린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던 사내의 행동에 효성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말도 없이 갑자기 누워버리면 어떡하나.”
“누워서 이야기하려 했죠. 도장님이 잠든 내내 주변에 흉시가 나타나진 않을까 경계했더니 나도 좀 피곤해서.”
“아……. 미안하네. 한숨 자겠나?”
“내가 잠들면 이번엔 도장님이 지켜주시게요?”
“그대가 조금이라도 피로를 풀 수 있다면.”
효성진은 자신이 잠든 사이에 주변을 경계하고 아천을 지켜보는 일이 모두 사내에게 떠넘겨져 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그때 흉시가 튀어나왔다면, 하나가 아닌 여럿이었다면 큰일이었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빨리 잠들 수 있도록 어깨를 토닥여주는 수밖에 없었다. 자신 때문에 피곤이 쌓이면 안 될 일이었다. 그때 아천이 개울가에서 나와 두리번거리며 효성진과 사내를 찾았다.
“도장님? 거기 있어요?”
“네가 찾는 도장님, 지금 내 옆에 있는데?”
“뭐야? 왜 그쪽 옆에 있어요?”
“도장님이 무릎 빌려줘서 베고 자려고. 왜? 부러워?”
일부러 그녀를 약 올리려는 의도가 다분한 대답이었다. 아천은 간대를 탁탁 치며 소리가 들린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굳이 보지 않아도 입을 삐죽 내밀고 뾰로통한 모습일 게 뻔한 목소리로 효성진에게 칭얼거렸다.
06
- BGM LIST -
[ MAIN ]
[ 2ftt ]
[ 멍개 ]
[ 시레 ]
[ 하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