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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장님! 그한테만 무릎베개 해주는 거예요?”

   “너무 그러지 말아라. 그가 나를 대신해서 이곳을 지켰잖니.”

   “그래, 이 오라버니한테 고마워해야지.”

   “도장님이 내 오라버니면 몰라도 그쪽은 내 오라버니 아니거든요?”

   “하하, 그만. 아천, 이리 와.”

 이쪽 무릎은 비어있단다. 아천은 효성진의 부름에 금방 웃으며 다가갔다. 사실 사내가 효성진에게 무슨 수작을 부릴지 몰라 지켜보려고 다가온 것이기도 했다. 발장구를 치는 동안에도 몰래 힐끔거렸다. 효성진을 빤히 바라보는 사내의 뒷모습이 보였지만 장님이라고 속였으니 곧장 달려가 떼어놓을 수도 없었다. 애써 무시하려고 했지만, 사내의 눈빛이 전보다 누그러졌어도 어딘가 이상해 몸을 살짝 떨었다. 아천은 더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효성진이 뻗은 손을 잡았다. 그의 손길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겨 바닥에 앉았다. 그러고는 잽싸게 몸을 기울여 그의 허벅지를 베고 누웠다. 효성진은 가만히 앉아서 그들이 편히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기다렸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한 채 눈을 감았다. 제법 조용해지자 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좋구나. 덥지는 않으냐?”

   “응. 도장님이 햇빛도 가려주고, 좋아요.”

   “으음, 도장님…….”

   “하, 꼬마 장님. 벌써 자는 거야?”

   “쉿, 신나게 뛰어놀았으니 쉬어야지. 그대도 이제 말하지 말게.”

 

 효성진은 몸의 긴장을 풀 수 있게 사내의 이마를 쓸어주었다. 사내는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효성진은 사내가 잠들지 못하고 뒤척여도 불편한 기색 없이 받아주었다. 곧 잠든 것 같은 고른 숨소리가 들리자 이마를 쓸어주던 손을 내려놓고 명상을 시작했다. 규칙적인 작은 숨소리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효성진은 천천히 입꼬리를 올려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잠든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그들이 푹 쉬고 일어날 수 있길 바랐다.

 어쩌면 그는 정말 잠들었을 수도 있었다. 효성진의 시원한 손이 이마를 살살 쓸어주고 재잘거리는 새소리를 자장가 삼아 쉬어갈 수도 있었다. 제 앞의 사람들을 속이고 또 속이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는, 설양은 지금 낯선 감정을 느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도 좋겠다. 느리게, 천천히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들키지 않는다면 계속 이러고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는 맨정신으로 꿈을 꾸었다. 영원히 진실을 숨긴 채 옆에 당신을 두고 싶었다. 복수심으로 가득 차 추락하는 그를 보려고 시작했던 거짓말이 아슬아슬한 외줄을 타고 애증이 되어 흐려지고 있었다.

  ‘효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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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_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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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GM LIST -

[ MAIN ]

00:00 / 02:15

[ 2ftt ]

[ 멍개 ]

​[ 시레 ]

[ 하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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