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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여름.png

· 2ftt(@2ftt0614)

CP :: 논커플링

 여름은 푸르렀다.

 적어도 의성에서 세 명이 함께 지내는 동안은 그러했다.

웃을 수 있고, 계절들의 선명한 차이를 느꼈다. 지나가는 바람 한 점에도 마음이 담겨있음을 이토록 확연하게 느낀 적이 또 있었나? 모르겠다. 이런 경험이 처음인지라 경험이 날 것 그대로 삼켜졌으므로, 설양은 제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를 몰랐다. 그래서 익숙한 이름으로 포장해버렸는지도 모른다. 속을 긁어내는 듯한 구역질이 느껴지는 감정의 이름이 그리 많겠는가? 설양은 제가 태어난 이래로 저와 쭉 함께한 감정이 말썽을 부리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속이 이렇게 울렁거릴 일인가? 여름의 선명한 빛이 착란을 일으키는 것만 같았다.

 지금 아지랑이 속에서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이리도 덧없이 즐거운 것이라고.

 이 가벼움은 한 때일 거라 생각했다. 지속이 두려웠다. 푸른 여름 따위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았는걸. 저들이 멋대로 집어넣은 것 아닌가? 그러니 설양은 이런 되지도 않는 장난질에 넘어가지 않으려 했다.

 

 

 꿈이라면 얼른 깨기를 간청했고 누군가의 농간이라면 그자를 찢어버리려고 했다. 하나, 설양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못했다. 저를 두고서 가족 놀이를 하는 두 사람이 퍽 우습기도 했거니와 까짓것 할 테면 해보라는 심산이었다. 제까짓 것이 해봤자 무얼 하겠는가? 큰 장님과 작은 장님. 눈먼 자들만 둘인데 건장한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설양은 깨어질지도 모르는 이 연약한 시간을 아꼈는지도 모른다. 다시는 없을 시간일 걸 알고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설양은 제게 다가오는 것들을 모른 체하고 싶었다. 자신이 얼마나 효성진을 증오하는지, 저 장님 두 명이 얼마나 멍청한지, 자신의 손이 피로 흥건하다는 사실들을 모른 체하고 싶었다. 눈 가리고 아웅인 것을 알지만 그래도 가릴 수 있다면 최대한 가리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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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 02:15

[ 2ftt ]

[ 멍개 ]

​[ 시레 ]

[ 하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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