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탕이 아까워 사탕 하나 제대로 먹지 못하는 어린아이에게 매일 같이 주어지는 사탕은 너무나 달았으므로. 달콤한 사탕을 주는 이가 나쁘다고 멋대로 정해버렸다.
기대하게 만드는 너희가 나쁜 거라고 설양이 외쳤으나 소리 내지 않았으므로 들릴 리가 없었다. 혼자서 생각하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모든 것을 의심했다. 설양은 그렇게 살아가는 법밖에 몰랐으나, 다른 방법을 배울 마음도 없었다. 제 옆의 사람들이 다른 길을 제시하고 같이 가자고 손짓하지만, 설양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도리어 비웃었다. 원수도 못 알아보는 꼴들이란! 바보 같은 모습에 퍽 웃음이 났다. 어쩌면 울었는지도 모른다. 설양은 덜컥 눈물이 나는 감각을 느꼈다. 귓속으로 따뜻한 물들이 밀려들어 왔다. 먹먹하고 멍멍한 것이 자신까지 바보가 된 거 같아 기분이 나빴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양은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아무에게도, 심지어 자신에게도 들리지 않는 눈물인데 그칠 수 없는 것은 어째서인가?
설양은 그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했지만, 모른 체했다. 인정하기가 싫었다. 자신이 기대를 품었다는 사실이 우스웠다. 효성진의 올곧음이 기만이라고 비웃었는데 지금의 자신도 기만을 부리고 있었다. 멍청이들이라며 저들을 그렇게 놀려놓고는 이제 와서 그들과 함께하고 싶다니. 사람이 염치가 없는 것에도 정도가 있지! 그런 생각으로 머리를 싸매면서도 설양은 혹시나 하는 마음을 져버리지 못했다.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지 않은가? 어쩌면 지금 이 꿈이 깨지 않을 수도 있으며 정말로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갈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청량한 여름의 하늘이 더욱더 푸르러 보이는 것이다.
지금의 효성진이 푸른빛을 띠듯이. 하늘이 푸르렀다. 완전한 여름이다. 수박 따위를 먹으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기에 더없이 좋은 날인지도 몰랐다. 날씨는 따스하다 못해 약간 더울 정도였고 바람은 물기를 머금어 습했다. 그야말로 시체가 부패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허옇다 못해 시퍼렇게 질린 피부가 더욱 푸르게 보였다. 단정하게 손을 모으고 누워있는 효성진은 누가 보아도 죽은 이의 모습이었다. 설양은 차갑게 질렸을 손을 붙잡았다. 날씨 때문에 손에서 온기가 느껴졌으나 산 자의 그것은 아니었다. 손마디가 조금 부푼 것 같기도 하고 전보다 더 마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느 쪽이든 설양의 얼굴마저 퍼렇게 질리게 하는 데에는 충분했으리라.
설양은 제가 아는 모든 지식을 동원하여 효성진의 시체를 지켰다. 부패하지 않도록 주술을 걸고, 의장 전체를 차갑게 유지했다. 그런데 날이 따뜻해지니 효성진의 몸도 조금 따뜻해진 것이다. 내장이 썩기라도 했는지 복부가 팽창한 것처럼 보였다. 이 모든 것이 설양의 착각일지도 몰랐다. 죄책감인지는 모르겠으나 미친 것은 확실했으므로 헛것을 보고 있을 수도 있었다. 특히나 작은 장님, 아천마저 죽여버리고 난 뒤로는 설양을 괴롭히는 것이 늘었으므로 헛것을 봐도 이상하지가 않았다.
02
- BGM LIST -
[ MAIN ]
[ 2ftt ]
[ 멍개 ]
[ 시레 ]
[ 하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