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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내가 한 대라도 치면 오늘 하루종일 누나라고 불러라.”
   “오늘뿐이겠냐, 내일까지도 해 준다.”


 설양이 깐죽거리자 아천이 간대로 땅을 짚고 빠르게 몸을 위로 튕겨올렸다. 아천이 코앞으로 간대를 휘두르자, 설양은 강재를 검집째 휘둘려 힘을 옆으로 흘려 냈다.


   “그렇게 무게만 실으면 넘어진다.”


  아천이 이를 악물고 몇 번 뒤로 물러나더니 곧이어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달려들었다. 힘이 실렸으나 그만큼 무겁고 둔한 공격이었다. 낮게 휘두른 간대 끝이 콱 하고 바닥에 박혔다. 설양이 잔뜩 비웃는 어조로 약을 올렸다.


   “힘만 쓰는 게 다가 아니라니까?”
   “네가, 계속, 짜증, 나게, 하잖아!”


 아천이 한 음절마다 짓씹듯이 소리쳤다. 거봐, 그렇게 감정만 실으니 이길 수 있겠어? 설양은 설렁설렁 팔짱을 낀 채 몸을 움직이며 눈에 훤히 보이는 공격을 피했다. 아천이 크게 간대를 휘둘렀다. 뻔히 어깨를 치려는 수법을 간파하고 설양이 슬쩍 몸을 낮췄다. 그러나 다음 순간 아천은 갑자기 발을 들어 설양의 발목을 노렸다. 뜻밖에 피하지 못하고 다리가 걸리면서 설양의 중심이 휘청했다.
   

   “……!”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아천은 설양의 뒤통수에 잽싸게 손을 날렸다. 그러더니 뻑 소리가 나도록 힘차게 한 대 후려갈겼다. 아천이 소리내어 웃었다. 


   “거봐, 내가 한 대 쳤…… 악!”


 설양은 비틀거리면서 곧바로 바닥을 걷어차 흙을 뿌렸다. 아천이 비명을 지르자 설양이 깔깔거렸다.


   “너 이러기야!”


 덕택에 아천은 원치 않게 모래를 잔뜩 머금고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이런 무뢰배 수법은 길거리 출신 검법에 익숙한 설양의 전매특허나 다름없었다.


   “싸움은 실전이야, 꼬맹아. 이제 알겠냐?”
   “너, 너……!”


 흙범벅이 된 입술을 손등으로 비벼 닦으며 아천은 눈이 벌개지도록 설양을 흘겨봤다. 실실 웃음을 흘리던 설양이 한층 더 약을 올렸다.


   “내가 기꺼이 아끼는 기술 전수해 준 건데 그렇게 싫어?”
   “도장님, 쟤가요!”

 아천이 큰 소리로 이르자 설양은 어깨를 움찔했다. 때마침 등 뒤에서 물을 채워 온 효성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때, 많이 나아졌나?”
   “나아지긴 개뿔. 쟨 그냥 이번에도 숨겨 놓고 가. 호랑이가 홀랑 물어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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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GM LIST -

[ MAIN ]

00:00 / 02:15

[ 2ftt ]

[ 멍개 ]

​[ 시레 ]

[ 하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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