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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양이 킬킬거리며 효성진이 건네주는 호리병을 받아 마셨다. 아천이 자기 몫의 물을 부어 지저분해진 얼굴을 닦는 사이 효성진이 말을 받았다.


   “안 그래도 이번엔 그러려고 했네. 위험할 것 같기도 하고.”
   “뿔 달린 괴물이라고 했죠?”


 아천이 지난 번 마을에서 들은 말들을 되짚으며 물었다.

   “아마 요(妖)의 일종일 것 같네. 종루에 살고 있는데 밤마다 성벽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사람을 노린다고 해.”
   “그리고 눈이 마주치면 미쳐버린다고?”


 늘 그렇듯 이런 류의 괴담은 평범한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온갖 상상으로 부풀려지는지라 설양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럼 뭐 둘한테는 제일 안전한 거 아냐? 둘 다 보지도 못하면서 그런 요괴는 어떻게 잡으려고 그래?”

 


 헛웃음을 터뜨리며 설양이 되물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웃지 않았다. 아천이 슬며시 효성진의 눈치를 살피는 사이, 효성진이 설양을 향해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 보았다. 심지어 호리병을 쥔 설양의 오른손을 부드럽게 쥐어 보이기까지 했다.


   “뭐야, 왜 쳐다봐?”
   “…….”
   “나? 내가 가라고?”
 

 설양이 급하게 손을 빼려고 했지만, 존재할 리도 없는 효성진의 집요한 눈빛이 그를 옭아맸다.
 

   “그대가 내키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
 

 효성진이 말끝을 흐렸다. 남 좋은 일 하는 게 죽기보다 싫은 설양은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날 밤 성벽 아래,

 해가 저물자마자 길에는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밤이슬에 여름 연못물이 불어나고 있는데. 설양은 의미없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높은 벽을 따라 걸었다. 언제나 되어야 같이 만나 밤새워, 여기 이 밤을 추억하며 이야기할 수 있을지…….


 노랫말이 한창을 향해 갈 때 손에 든 옥패에서 떨림이 느껴졌다. 아마 지금쯤 성의 반대쪽을 걷고 있을 효성진이 보내 온 신호였다. 대신 꽤 큰 값을 치르고 산 법기는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설양은 손가락 끝으로 영력을 흘려보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걱정 마셔, 귀신은 코빼기도 안 보이니까.”


 그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법기에서는 몇 번의 신호가 더 전해져 왔다. 같잖게 걱정이라도 하는 건지 영 우습기만 했다. 차라리 그 쪽에나 별일 없길 바라던가. 설양은 속으로 생각했다.


 구주의 경계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세 사람은 세 갈래로 나뉘어졌다. 아천은 잠자리도 봐 두고 상황도 살필 겸 곧장 시내로 들어가고, 나머지 둘은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가 성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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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GM LIST -

[ MAIN ]

00:00 / 02:15

[ 2ftt ]

[ 멍개 ]

​[ 시레 ]

[ 하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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