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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말에 안심하며 효성진은 그의 뒤를 따라 걸었다. 어둠이 내려앉은 산은 앞을 볼 수 없을 만큼 어두웠고, 효성진은 핸드폰 불빛에 의지하며 걸었다. 그는 효성진이 불편하지 않도록 계속 말을 걸어줬다. 그러면서 작은 농담을 던지면 효성진은 그게 재미있어 또 웃었다.

 그는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처럼 중간중간 뒤를 돌아보며 혀를 찼다. 그러다가 효성진을 보면 다시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이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가 그가 장난스레 효성진에게 물었다.

 

   “근데 내가 누군지 알고 의심 없이 함께 가는 거야?”

 그의 말이 맞았다. 효성진은 그의 이름을 모를뿐더러 얼굴도 잘 보이지 않아 어쩌면 모르는 사람일 수 있다. 하지만,

   “글쎄. 그냥 자네와 함께 있는 게 익숙하게 느껴져.”

 효성진의 말에 그가 조용해졌다.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효성진은 그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잡은 손은 매우 차가웠고 새끼손가락 하나가 없었다. 그는 놀라며 효성진의 손을 쳐냈다. 어둠 속의 그는 말없이 효성진을 바라볼 뿐이었다.

 침묵을 유지한 채 그는 계속 앞을 향해 걸었다. 그렇게 또 한참을 걷다가 그가 갑자기 멈춰 섰다. 멈추지 못한 효성진은 그의 등에 머리를 부딪쳤다. 뭔가 나타난 것인가 싶어 바라본 앞은 이전과 똑같은 풍경이었다. 효성진은 생각에 잠긴 그를 보다가 주머니 속 사탕이 떠올랐다. 효성진은 사탕을 꺼내 그에게 주며 말했다.

   “무슨 고민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단 거라도 먹으면 조금 나아질 거야.”

 그는 효성진이 건네는 사탕을 말없이 바라봤다. 그리고는 갑자기 짜증을 냈다.

   

   “난 네가 싫어.”

 점점 그의 목소리가 커졌다.

   “너처럼 좋은 일 좀 하면 세상이 아름답게 바뀔 거라고 생각하는 멍청이, 백치 같고, 순진한, 머저      리 같은....”

 분명 화를 내고 있음에도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효성진은 조용히 그의 손을 잡고 손바닥에 사탕을 올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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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GM LIST -

[ MAIN ]

00:00 / 02:15

[ 2ftt ]

[ 멍개 ]

​[ 시레 ]

[ 하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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