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네가 이렇게 화를 낸다는 건 아마 내가 자네에게 뭔가 잘못한 일을 했겠지. 비록 무엇을 잘 못 했는지 모르겠지만 부디 날 용서해주게.”
가까워진 얼굴은 어둠 속에서도 잘 보였다. 그의 표정에는 아픔과 슬픔이 담겨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에 힘을 주어 사탕을 감싸 쥐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말했다.
“난 설양이야.”
효성진은 처음 듣는 이름임에도 뭔가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효성진은 작게 웃으며 답했다.
“나는 효성진이라고 하네.”
늦은 자기소개가 이상했지만 괜찮았다. 설양은 침묵을 유지하다 효성진을 세게 밀쳤다. 효성진은 뒤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설양을 바라봤다.
“가버려. 너 같은 건 다신 보고 싶지 않아.”
설양은 그 말을 끝으로 사라졌다. 효성진은 설양을 쫓아 한 발 내딛는 순간 누군가 효성진을 뒤로 잡아당겼다.
“성진!”
송람이 심각한 얼굴을 한 체 효성진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앞은 절벽인 거 안 보여?”
“자침. 하지만......”
분명 앞으로 설양이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 효성진이 다시 앞을 바라보자 조금 전까지 보이던 숲이 아닌 공허한 하늘이었다. 순간적으로 풀린 힘에 들고 있던 핸드폰이 떨어졌다.
탕, 탁,. ...타ㄷ......
떨어지는 소리는 길게 이어졌다. 여기서 한 발짝 더 이동했다면 아마 효성진은 떨어져 죽었을 것이다. 송람은 급하게 효성진을 뒤로 끌고 가며 말했다.
“자네가 사라져서 다들 계속 찾고 있었어. 도대체 길을 잃으면 제자리... 이...ㅅ....”
그 뒤로 송람은 효성진에게 계속 잔소리했지만 효성진의 귀에는 아무 말도 들어오지 않았다. 효성진은 끌려가면서도 뒤돌아 절벽을 바라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왠지 설양이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그저 기분일 뿐일까.
그렇게 기이한 경험과 함께한 여름의 담력 테스트가 끝이 났다.
**
“아니! 무슨 그런 미친놈이 다 있어요? 그 새끼 완전 미친 새끼네. 감히 성진 쌤을 죽이려 들어?
자기가 뭐라고!!!!”
이야기를 들은 아천은 더위도 잊고 설양을 향해 욕을 한 바가지 했지만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했다. 하지만 이도 금방, 더위에 늘어지는 아천의 모습을 보며 효성진은 조용하게 웃었다. 그때는 정말 귀신에 홀린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시 그를 본다면 물어보고 싶다.
그는 어떻게 나를 알고 있었고, 왜 나를 살려줬는지......
_End.
04
- BGM LIST -
[ MAIN ]
[ 2ftt ]
[ 멍개 ]
[ 시레 ]
[ 하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