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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비.png

· 하듀(@dichoto_r_odent)

CP :: 송람성진

 뛰지도 못하는 심장이 친우를 애달프게 부르짖으면 그때는 어찌해야 하는가. 인계와 명계의 경계에서 떠도는 제 처량한 주제에 감히 누구를 그리는지 스스로를 힐난하다가도, 결국은 하늘의 밝은 달이 그리는 궤적을 홀린 듯 따르며 밤을 지샜다.

 불설이 짝을 찾아 홀로 노래를 불렀다. 가슴의 자상이 시렸다.

  그렇게 수많은 달이 지고 태양이 올랐다.

 

 

 볕이 이 땅을 태울 기세로 뜨겁게 내리쬐는 날이었다. 물론 산송장의 몸으로 더위를 탈 리는 없었으나, 땅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와 사방에서 찌르르 울어대는 풀벌레들이 합심하여 다니는 나그네들의 정신만큼은 어지러이 현혹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 같았다. 그 합주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떠난 이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그 사이에 섞여 들리는 것도 같았다.

 

 

  자침, 정말 안 들어올 텐가? 물이 정말 시원한걸.

  자네는 덥지도 않은가? 그리 시커멓게 입고서는. 하하하-

  자침, 이리 그늘로 와서 쉬어.

 

 그래, 분명 그리 말했을 것이다. 성진은 그다지 더위에 강하지 않았다. 상화 또한 햇볕에 오래 있어 좋을 게 없을 것이다.

 

  송람은 발길을 돌려 산속의 활엽수들이 내어 주는 그늘로 향했다.

 

 

 그날 마주친 요괴도 별다를 것은 없었다. 그 꼬리 끝 첨예한 침이 그의 팔에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빼고는. 허나 아픔에 둔감해진 지 오래인 몸이었기에 불설의 궤적은 한 치 흐트러짐도 없었다. 송자침은 침착하게 불진으로 그것을 떨쳐내고 불설로 몸을 꿰뚫었다. 요괴는 날카로운 괴성과 함께 허공에 파사삭 흩어졌다. 그 비명의 잔상이 기분 나쁘게 귀에 맴돌았다.

 

 얼마나 걸었을까, 그는 갑작스럽게 타오르는 갈증에 사로잡혀 비틀거렸다. 모래라도 삼킨 것마냥 목이 까슬거리고 아팠다. 물, 물이 필요하다. 그동안 배경에서 졸졸 흐르던 냇가의 소리가 갑자기 천둥처럼 송람의 귀를 때렸다. 그는 그 소리가 생명의 동아줄이라도 되는 마냥, 휘청거리면서도 그것이 이끄는 쪽으로 무작정 발을 옮겼다. 조금만 더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면 분명 이상하다 느꼈을 것이다. 이 몸은 물이 필요하지 않을 텐데.

 

 하지만, 목이 너무 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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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GM LIST -

[ MAIN ]

00:00 / 02:15

[ 2ftt ]

[ 멍개 ]

​[ 시레 ]

[ 하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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