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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냇물이 경쾌하게 여름의 노래를 흥얼거렸다. 송자침은 제 옷이 더럽혀지는 것도 신경을 쓰지 못한 채 털썩, 무릎을 꿇고 손으로 물을 떠 벌컥벌컥 들이켰다. 눈물나게도 달았다. 천하에 정녕 영생을 약속하는 생명수가 존재한다면 필히 이 물이리라는, 경박하기 그지없는 생각이 드는 것에 스스로를 꾸짖으면서도 그의 손은 제 의지를 가진 것마냥 물을 뜨는 것을 반복했다.

 한참 물을 마시던 중에, 또렷한 목소리가 말을 걸었다.

 

 

   “자침, 정말 안 들어올 텐가?”

 

 

 송자침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아무리 목이 말랐더라도 인기척이 있었더라면 분명 눈치챘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 목소리...그 목소리의 주인을 어찌 못 알아볼 수가 있을까. 감히 눈을 들지 못한 채 그대로 멈추어 있자, 자치임, 하고 저를 부르는 부러 교태 섞인 목소리와 함께 물이 첨벙첨벙하는 소리가 다가왔다. 어느새 목소리가 형태를 갖추었는지 그의 앞에 멈추어 서 그림자를 드리웠다.

 

 “물이 정말 시원한데.” 웃음기를 띤 목소리가 그의 바로 위에서 말했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성진, 성진...자네인가? 효성진...

 

 입밖으로 내뱉지 못하는 말들이 잘린 혀끝에서 맴돌았다. 송자침은 흙으로 더럽혀진 옷을 터는 것도 잊은 채 비틀비틀 일어났다. 키가 한 뼘은 더 컸기에 되려 자신이 성진의 얼굴에 그늘을 드리우는 꼴이 되었다. 햇빛이 더 이상 눈을 찌르지 않자 효성진이 그를 올려다보며 맑게 웃었다. 별빛을 담은 눈의 꼬리가 곱게 휘었다.

 

  일백 번 죽어서도 잊지 못할, 송자침이 평생을 바쳐 은애할 친우.

 

 성진을 다시 만나면 어떻게, 무엇부터 해야 할지 수없이 고민했었다.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리라. 그 무엇도 너의 잘못이 아니라 단단히 일러 줄 것이다. 말라 버린 눈물샘 대신 가슴의 울부짖음으로 통곡하리라.

 그러나 막상 성진을 제 앞에 둔 그가 할 수 있던 것은 그저 성진이 내민 손을 잡고 그를 따라 맨발을 시원한 물에 적시는 것이었다. 발목엔 찬물이 찰랑였고, 손에는 성진의 온기가 팔을 타고 올랐다. 상극의 온도가 정신을 아득하게 했다. 몸이 제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 같지 않아 그가 이끄는 대로 이리저리 걸었다. 거친 돌들이 그의 발바닥을 할퀼 때마다 앞서 물살을 가르는 성진의 희고 고운 발을 걱정하는 것 외에는,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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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GM LIST -

[ MAIN ]

00:00 / 02:15

[ 2ftt ]

[ 멍개 ]

​[ 시레 ]

[ 하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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