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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더럽게 따갑네.”

 투덜거리던 설양은 문득 효성진의 얼굴을 올려다봤다가 적잖이 놀랐다. 단호하게 입꼬리를 내린 효성진은 웃고 있지 않았다. 그 바람에 설양은 힘이 풀린 사이 손을 빼는 것도 잊고 말았다.

   “잠깐 동안은 괜찮을 걸세.”

 효성진이 손목으로 영류를 흘려넣었다. 스멀거리는 온기가 손가락을 타고 올라오더니 통증이 살짝 가셨다. 곧이어 얼얼하던 왼손의 감각이 완전히 사라졌다.

   “맥을 닫았어?”

   “잠깐이야. 수련한 몸이니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손을 쓰긴 불편할지도 모르네. 날이 밝으면

   의원을 찾아야겠어.”

 설양이 손을 뒤로 치우며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의원? 속 편한 소리하네. 그 요괴 뭐시기가 쓰는 거, 독이야. 빛은 속임수고.”

   “속임수?”

   “애초에 눈만 보고 미쳐버린다는 게 말이 돼? 사람을 조종하는 류의 요마야. 이게 퍼지면 지 맘     대로 쓰는 거지. 몸을 가져가서 뭘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게’를 강조하면서 설양은 무심코 손을 내저었다. 빠르게 조치한 탓에 몸으로 퍼지는 것 같진 않았으나, 휘휘 흔드는데도 손목 아래로 아무런 감각이 전해지지 않는 것은 묘한 느낌이었다. 그 느낌이 마치 처음 손가락을 잃었을 때를 떠올리게 해 몹시 기분이 더러워지려는 찰나였다.

 설양은 갑자기 뜨뜻한 온기가 왼손을 감싸는 것을 느꼈다. 아니, 감각하지 못했으나 그건 느낀다는 말 외에는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었다. 효성진은 상화를 검집에서 살짝 빼고, 설양의 손을 끌어다 조심스럽게 손바닥으로 날을 쥐게 했다. 그 위로 자신의 손을 덮은 채 부드럽게 힘을 주며 효성진이 속삭였다.

   “감각이 끊겼으니 아프진 않을 거야. 하지만 잠시…….”

 그 다음 일련의 동작들은 시간을 길게 늘여 놓은 것처럼 매우 느리게 보였다. 설양은 자신의 감각 없는 손에서 피가 뚝뚝 흐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효성진이 천천히 고개를 숙여 상처에 입을 대고 상처를 핥아올리는 모습을 보았다.

   “……실례하겠네.”

 손바닥에 입술이 맞닿았다가 피를 머금고 떨어진 다음 뱉어냈다. 그러고는 다시 상처에 입을 댄 뒤 천천히 빨아들인다. 부드럽게 벌어진 입 안으로 붉어진 혀끝이 엿보였다. 그렇게 몇 차례를 반복하는 동안 설양은 홀린 듯이 그 얼굴을 바라봤다. 입술이 선혈보다 붉었다.

 

   “…….”

 설양은 마침내 자신의 손이 풀려난 줄도 모르고 굳은 채 멈춰 있었다. 어느 틈에 효성진은 일부러 피를 낸 상처에 낡은 천조각을 꾹 눌러 지혈하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텅 빈 새끼손가락이 닿지 않도록 손을 비트느라 왼손이 기묘한 방향으로 휘어 있었다. 퍼뜩 놀란 설양이 얼른 다른 손으로 효성진을 떼어냈다.

   “됐어, 내가 할게.”

 대체 댁이 왜 그런 표정을 하고 있는 거야, 그런 걱정 받아봐야 짜증스럽기만 하다고.

제 입가에 여즉 묻은 피를 채 닦지도 않은 채 멍청하게 서 있는 효성진을 흘겨보다가, 설양은 등을 돌려 버렸다.

 

   “구룡호.”

   “산기슭에 있는 호수를 말하는 건가?”

 아천의 말에 효성진이 되물었다. 입에 만두를 잔뜩 넣고 우물거리던 아천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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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GM LIST -

[ MAIN ]

00:00 / 02:15

[ 2ftt ]

[ 멍개 ]

​[ 시레 ]

[ 하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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