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네는 덥지도 않은가? 그리 새까맣게 입고서는. 하하하-.”
둘은 이전처럼 산길을 거닐고 있었다. 송자침은 짓궂게 바라보는 그 눈빛에 고개를 돌렸다.
하긴, 눈과 서리를 가장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열기겠지. 자침, 내가 조금 더 강한 바람이었다면 지금 덜 더울까? 하하하-. 말수가 적은 자신 옆에서 혼자 조잘대며 깔깔 웃는 것 역시 아프도록 익숙했다. 각자 불설과 상화를 메고 같은 꿈을 꾸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입 안의 피비린내에 의해 묵살될 뿐이었다.
송자침의 악몽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었다. 시간은 그를 비웃으며 설양의 부서진 웃음소리를, 성진의 흩어진 혼백을 이끌고 그의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하늘의 달을 손바닥으로 가려 봤자 달빛은 여전히 그를 비추었다. 절대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송자침은 별안간 성진의 손목을 잡아 멈춰 세웠다. 그리고선 성진이 무어라 하기도 전에, 제 머릿속에서 스스로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데 실패하기 전에, 고개를 숙여 제 입술을 성진의 것에 포개었다.
혈향이 짙어지기 직전에 성진이 입술을 마주 열었다.
달콤한 타액이 섞였다.
“자침, 이리 그늘로 와서 쉬어.”
먼저 털썩 주저앉은 성진이 그의 손목을 잡고 나무 밑으로 당겼다. 성진의 손에 이끌려 자리에 앉은 그는 이내 거대한 나무의 몸통에 등을 기대었다. 옆에 앉은 성진이 자리를 살짝 옮겨 그의 가슴에 한쪽 뺨을 기대어 왔다. 한 팔을 뻗어 그 호리호리한 몸을 감싸 자신에게 당겨 안았다. 성진은 만족스러운 듯 으음, 하고 나른하게 입꼬리를 당겨 웃으며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이 순간을 영원으로 붙박아 두고 싶었다. 허나 멈추어 버린 것은 자신의 심장뿐이었거늘. 제 가슴에 귀를 댄 성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성진에게도 이 심장의 소리가 들릴까? 맥을 뛰게 하는 수축과 팽창을 대신한 그를 그리던 피에 젖은 울음이, 그에게 닿았을까?
송자침은 문득 자신이 해야 할 것을 깨달았다.
전해야 할 말이 있었다.
03
- BGM LIST -
[ MAIN ]
[ 2ftt ]
[ 멍개 ]
[ 시레 ]
[ 하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