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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양은 세상이 떠나가라 웃다가도 이내 조용히 방 한구석을 응시했다. 작은 울림마저 들리지 않을 만큼 적막이 찾아오면 날벌레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벌레들이 효성진의 몸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들었다. 설양이 주술을 걸어놔 시체를 파먹거나, 시체를 파고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그 위에 둥지를 틀거나 알을 깔 수는 있었다. 숨긴다고 숨겼으나 시체내는 숨겨도 죽은 냄새는 감출 수가 없었다. 어디서 맡았는지 기가 막히게들 찾아오셨다. 해가 지면 지나가던 들개들이 의장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때로는 흉시가 제집인 줄 알고 문 앞에서 서성이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설양을 미치게 만들었다. 날씨는 여름이 만연했고 여름은 생명들에게 가혹했다. 여름이 생명으로 가득 찬 계절이라고? 그것은 건강한 것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었다. 죽어가거나 죽은 것들에게 여름만큼 가혹한 계절이 또 있을까? 태양 빛은 뜨거웠고 약한 것들은 태양 빛 하나로 타 죽기 충분했다. 아픈 것들은 연약함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기 쉬웠고 죽은 것들은 그 어느 때보다 썩기 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은 푸르렀다. 죽은 아천은 푸를 만큼 창백했고, 죽지도 살지도 못한 송자침의 혈색은 피가 돌지 않아 푸르다 못해 퍼런색이었다. 효성진은 시퍼렇게 죽어있었고 설양은 서슬 퍼렇게 미쳐갔다. 

_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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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GM LIST -

[ MAIN ]

00:00 / 02:15

[ 2ftt ]

[ 멍개 ]

​[ 시레 ]

[ 하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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