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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자침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그가 빠르게 끼어들었다. 앉아만 있어도 되었다. 그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 손을 뻗었다. 단정하고 긴 손끝이 겨우 닿았다. 효성진은 손가락 한 마디도 채 못 잡은 상태에서 송자침을 끌어당겼다. 송자침은 그가 당기는 대로 순순히 따라갔다. 아슬아슬하게 손끝만 잡은 상태에서 손가락 한 마디가 잡혔고, 손바닥이 맞닿았다. 손을 잡기 전, 얼마든지 떼어놓을 수 있었음에도 굳이 그러지 않았다. 그늘에서 식은 효성진의 손은 찼고 뙤약볕에 달궈진 송자침의 손은 뜨거웠다. 두 사람의 체온이 손끝에서 만나 손바닥에서 미지근하게 어우러졌다. 온도가 같아지던 순간은 찌르르 울던 매미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송자침은 그의 옆에 나란히 앉아서도 손을 놓지 않았다.

 

   “이렇게 앉아만 있어도 좋지. 눈을 감고 소리에 한 번 집중해보게. 소리만 들어도 시원해지는 기     분이지 않나?”

 

 

 송자침을 옆에 앉히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리던 효성진이 말했다. 그는 단둘일 때 아이처럼 신나게 떠들었다. 또 아무렇지 않게 잡아 오는 손이며, 옷깃이 스치거나 머리를 빗겨주는 것도. 그의 이 거리낌 없는 행동은 조심성이 부족했다. 그래서 항상 송자침을 당황하게 만들곤 했다. 그러나 불쾌해하지 않았다. 타인과 접촉하는 것을 싫어하던 송자침은 언제부턴가 효성진은 예외가 되어 있었다. 아니, 처음부터 그는 예외였다. 마땅한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그는 괜찮았다. 송자침은 그의 옆에 앉아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마을에 다다르면 점잖은 신선의 면모를 보이는 것과는 상반된, 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모습이라는 점이 송자침이 바라보는 효성진의 전부였다. 그것은 오로지 송자침만이 아는 효성진의 다른 모습이기도 했다.

 어떤가, 자침? 반응을 기대하는 그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 송자침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곧 뿌듯함을 두른 웃음이 작게 터져 나왔다.

   “역시 자네가 좋아할 줄 알았어.”

 

 

 효성진도 송자침을 따라 눈을 감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세차게 울던 매미 소리가 자리를 옮겼는지 멀리서 들려오고, 나뭇잎 사이사이로 청아한 새소리가 솔솔 부는 바람처럼 은은하게 들려왔다. 위에는 산을 이루는 나무에서 무성한 푸른 잎들이 하늘거리고 옆에는 든든한 친우가 있었다. 발아래에는 산뜻한 계곡물이 흘러 시원하기까지 했다. 그는 어느 신선이 와도 부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느리게, 천천히 흘렀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고는 송자침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 정확히는, 기대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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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GM LIST -

[ MAIN ]

00:00 / 02:15

[ 2ftt ]

[ 멍개 ]

​[ 시레 ]

[ 하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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