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딱 좋았는데. 송자침은 어깨에 느껴지는 효성진의 흘러내린 머릿결에 화들짝 놀라 상체를 뒤로 뺐다. 감았던 눈이 번쩍 떠지고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려 했다. 혼란스러운 시선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송자침의 몸은 이미 딱딱하게 굳어 바위와 하나가 된 것 같았다. 그러나 효성진이 그 모습을 보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효성진은 나른한 기분에 몸의 긴장을 풀고 편하게 기대려 했다. 송자침이 그렇게 놀라서 어깨를 뺄 줄은 몰랐다. 긴장이 풀린 몸이 머리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넘어갔다. 효성진의 상체가 기울어 송자침의 탄탄한 허벅지 위로 쓰러졌다. 버텨보려고 했지만 이미 몸이 기울어 소용없었다. 결국 원래부터 송자침의 허벅지를 베고 누우려고 한 것처럼 되었다. 순식간에 달라진 상황에 눈을 동그랗게 뜬 효성진은 송자침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래에서 바라본 송자침은 긴장했는지 목울대가 일렁였다. 흔들리는 시선을 빼면 그가 큰 실수라도 한 듯 심각해 보였다. 효성진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웃음에 송자침은 허벅지가 울려 간질거렸다. 송자침은 난데없이 열감에 사로잡혔다.
“성진!”
“하하하, 자침. 나 좀 보게. 잠깐 기대려고 했는데 누워버렸어.”
“…미안하네. 다치진 않았나?”
“물론, 멀쩡하지.”
여전히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는 모습에 송자침은 숨을 길게 내쉬며 한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홧홧한 얼굴의 열기를 겨우 가라앉히고 힐끔 내려다본 그의 얼굴엔 점점 곤란한 표정이 떠올랐다. 무슨 일인지 모르는 송자침은 고개를 숙이고 그와 눈을 맞췄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고서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작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여린 날갯짓과 함께 멀어졌다. 계곡물이 효성진의 다리에 갈라져 찰박이는 소리를 내자 먼저 시선을 피한 것은 효성진이었다.
“하하…, 자침. 자네에게 부탁할 일이….”
“…….”
“좀, 일으켜 줘…….”
다리는 여전히 계곡물에 있었고 몸만 기울어져 송자침의 허벅지에 누워버렸다. 그의 자세만 보고 있자면 일어나기 쉽지 않았다. 바로 일어날 수는 없고 바닥을 짚고 일어나야 했는데 송자침의 시선에 꼼짝없이 갇혀버렸다. 그렇게 다리만 흔들거리고 일어날 수 없게 되어 민망해 시선을 피한 것이었다. 결국 송자침에게 기어가는 목소리로 부탁했다. 보고만 있지 말고….
03
- BGM LIST -
[ MAIN ]
[ 2ftt ]
[ 멍개 ]
[ 시레 ]
[ 하듀 ]